몇 달째 자립을 위해 전세임대주택을 얻으러 다니는 A씨는 주말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돌아다닙니다. 집을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지만 LH가 지원하는 전세임대주택으로 계약을 하고자 하는 집주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공인중개사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여기서는 좋은 집을 만날지도 몰라”하는 희망이 있어서 주말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시설에서의 생활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전혀 다른 생활 태도와 성격,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때론 정신질환으로 인해 위생관리조차 안되고 일상생활 유지가 힘든 사람들, 지난 삶에서 쌓인 분노를 수시로 뱉어내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로 인한 갈등을 조정하느라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소진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독립하여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요즘 취업이 안되고 생활에 쪼들리면서 꿈을 꾸는데 시설에 들어가는 꿈을 꾸었어요. 다시 시설에 들어가는 꿈이었어요. 꿈을 깨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가 다시 시설에 들어가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선생님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정말 다시는 시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마치 남자들이 군대를 제대한 후에도 군대에서의 힘든 생활에 대한 꿈을 꾸는 것처럼, 인생의 행로에서 시설에서의 생활은 그런 상흔을 남기기도 합니다.

서울시의 노숙인 시설은 이용 기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2년이 기본 이용 기간이고, 예외적으로 1년 기간 연장을 해줍니다. 그래서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들은 초기 한두 달은 쉴 수 있지만, 법률 문제, 부채 문제, 건강 문제 등 포기한 상태로 묵혀 두었던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시설 내에서 간단한 일을 제공하면서 자립을 할 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로 선정되도록 애를 써야 합니다.

자립을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집입니다.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주거비가 높아서 자립을 준비할 때 가장 큰 난제입니다.

그동안 자립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이라는 공공임대주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년여 전부터 정부가 공급하는 이 주택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서울시의 도시개발공사(SH공사)의 공급이 있지만 공급량이 너무 적어서 자립의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차선책으로 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전세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하여 자립을 준비하는데, 서울의 전셋값이 높아서 정부의 지원금으로 얻을 수 있는 주택이 없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3만3천 달러로 세계 10위에 속하는 선진국입니다. 그러나 노숙인 시설들은 아직도 한 방에서 여러 명이 생활해야 하는 구조로 사생활 보장이 전혀 안됩니다. 아직도 거리 잠보다는 더 낫지 않느냐는 사회의 인식이 많습니다. 한 사회의 선진성은 그 사회 최하층민의 삶의 질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평가됩니다.

2024년에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에 사는 노숙인들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 2023년 법인의 운영을 위해 후원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