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노숙인복지회

네번째 이야기

2005년 1월 10일, 월요일

 

● 직장체험 소감문

가톨릭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신희경
 


직장체험 중에서도 보육교사 분야를 찾던 중 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여성 쉼터’를 알게 되었다. 복지관 같은 곳인

줄 알고 찾아갔던 쉼터는 일반 가정집처럼 생겼고, 거기에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장애를 가지고 계신 여성

노숙자 분들이 살고 계셨기 때문에 처음에는 놀란 것도 사실이지만 소장님이나 다른 선생님들게서 친절하게 대

해 주셨다. 면접을 보고, 직장체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4학년 2명에

2학년 2명이었다. 둘씩 자매였는데 정희, 정민이 자매는 자신감 없고 소극적인 아이들이었고 예슬이 보미는 친해

지기 힘들 것 같은 너무 어른스러운 아이들이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모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다. 아빠의 가정폭력을 피해 엄마와 함께 집을 나와서 사는 아이들이

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아빠를 싫어하고, 남자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

다. 나를 앞으로 방과후 교실 맡을 선생님이라고 소개하면서 내가 대화를 시도했을 때, 보미가 제일 처음 했던 말

이, “우리 엄마 아빤 이혼했어요” 라는 말이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그것이 자신을 소개할 때 필요한 말인 양

나에게 이야기하는 보미를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이런 문제 뿐 아니라 한 집안에 여러 가족이 함께 살다보니 아이들은 서로 친구이면서도 우리 집 물건, 너희 집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구분 짓는 경향이 있었고 정희와 정민이가 예슬이와 보미에게 잡혀 사는 분위기로 인해 자

신을 자랑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투가 아이들에게 배어있었다. 또 당연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서 인지

아이들은 어린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에 대해 다 아는 어른처럼 길들여져 있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물론 안

타깝기도 했지만 예쁠 것 같기만 할 줄 아이들이 때론 얄밉고 미울 때도 있었고, 또 내가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방학과 함께 시작된 직장체험이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날도 있었다. 보통은 학습지도를 하고

너무 더운 날엔 시원한 마트에 가서 아이들과 책을 읽기도 하고, 짜여진 문화 프로그램에 맞춰서 캠프도 다녀오

고 서울대공원이나 서대문 형무소 등으로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렇게 두 달이 넘게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이제는 한 아이 한 아이 마다 특성도 파악하게 되었고 정도 들어서 아이들 나름대로의 예쁜 점들도 보이기 시작

했다. 또 나중에는 소장님께 각 가족의 가정사를 간략하게나마 들을 수 있어서 아이들이 왜 그런 문제행동을 보

였는지 이해되는 부분도 생기게 되었다.


여기 아이들을 접하면서, 신체나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것만이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체험을 통해 느낄 수 있

었다. 특수교육학과 학생이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는 늘 ‘장애란 어디가 모자라거나 반드시 도움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라는 교육을 받았다. 이런 것은 내가 느낀 것이라기 보다는 당연히 이렇게 생각해야만 하는 것인 줄 알았

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릴 때의 가정 환경이 아이들의 사고나 성격 형성에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친다

는 것, 그 차이에 따라서 성격이 다르게 형성되므로 나쁜 점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혼내서는 안 된다

는 것, 이런 문제들로 인해 타인과의 생활에 문제가 드러난다면 그것 또한 장애라는 것...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비록 대단한 지식은 아닐지라도 수업 시간에 듣고 그냥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 지식보다는 내

가 나의 시간들을 투자해서 직접 느낀 것들이기에 나에겐 더 값지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이 아이들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다. ‘가정 환경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 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서 문제를 찾아내려 하는 것 같은 내 모습을 볼 때가 있기 때문

이다. 무엇인가 문제가 보이면 그것을 가정 환경과 자꾸 연결짓게 되는 문제도 있다. 이런 것은 나도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이제 일주일에 두 번씩 아이들과 만나게 되었다. 매일 보다가 오랜만에 만나게 되니까 아이들

이 재잘대는 것도 더 귀엽게 느껴지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견학을 가게 되면 가능한 많은 것을 설

명하고 싶어졌었다. 그러나 때로는 나의 기분이나 상황 때문에 오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우울한 기분

으로 집 안으로 들어서면 아이들이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떠들어대고 같이 만화도 좀 보면서 웃고 나면 오길 잘했

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이러면서 앞으로 되고 싶은 선생님의 길을 먼저 경험해 보는 것 같아서 나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가 선생님 소리를 들어보니 선생님이란 직업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땐 화도 내고 싶고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또 아이들이 나를 따르고 나에게서 무엇인가를 얻어가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땐 한없이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더 주고싶은 그런 직업인 것 같다. 그리고 책임감과 성실

함을 더 키워야 한다고 느꼈다.


비록 나는 이곳에서 일을 하고 돈을 받아가지만 아이들이 나에게 느끼게 해 준 것들은 돈보다 훨씬 소중하며 나

를 성장하게 하는 것들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고맙고 늘 조언해 주시는 선생님들께도 너무 감사드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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