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노숙인복지회

네번째 이야기

2005년 1월 10일, 월요일

 

이런일이 있었어요


여러분! 머리를 약 5년 정도 묶은 상태에서 제대로 감지도 않았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상상이 되시나요?

우리의 주인공 백미양씨는 절대 머리를 풀지 않는다. 머리를 감는 것도 보통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5년 동안 묶어서 기른 머리는 마치 구렁이가 또아리를 친 모양을 하고 있다.

세수대야에 물을 받아서 머리를 집어놓고 빨래하듯이 주물럭~ 주물럭~

그녀의 기가 막힌 머리감기이다.

이 머리는 우리 집안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그녀가 머리를 아무리 감았다고 하지만 우린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녀가 집에 온 후, 일주일은 그냥 기다렸다. 그리고 집에 안정이 된 후에 머리를 잘라서 예쁘게 퍼머를 하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그녀는 “‘안돼, 남편이 머리가 길어야 한다고 했어” “해산하고 이레가 안됐는데 누군가가 와서

내 머리를 미역을 돌돌 감아놓고 접착제를 붙여놨어” “뭘 알고나 말해! 또라이들이야!” 아무리 설득해도 절대 손

을 대지 못하게 한다.

우리들은 이 분이 아마 출산과 관련한 어떤 외상으로 인해서, 해산 수발을 받지 못해서 머리를 감지 않으려는 것

은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여 지금이라도 해산 수발을 하자며, 머리를 감고 고기 넣은 미역국을 먹자는 제안을 했

었는데 역시 거절을 당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녀가 머리를 자른단다!

그녀가 머리를 자르겠다고 하며 우리에게 요구를 한다. 반드시 취업을 시켜달라고!

이미용자원봉사자가 왔다! 그녀의 머리를 보며 기가 막힌가보다!

5년 동안 묶은 상태로 머리를 기른지라 안에서 여러 겹으로 엉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난감해 했다. 가위를

이리저리 넣어서 잘라 보려하지만 가위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그때, 번득이는 아이디어! 가위가 안되면 칼로 하지!

양쪽에 실무자 둘이서 칼을 들고 마치 무우청을 잘라내듯이 쓰삭! 쓰삭!

드디어 묶은 머리칼이 뚝! 하고 떨어진다- 사실, 그 느낌은 망나니가 죄인을 처형한 다음 굴러 떨어지는 그것처럼!!!

묶은 부분은 겨우 잘라냈지만 머리밑둥에 엉켜서 붙어버린 부분은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 머리를 감아서 풀자!

뜨거운 물, 빨래비누, 삼푸, 린스 우리의 준비물이다.

머리를 감아서 엉킨 머리를 푸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는 어려웠다.

짧다고 얕볼게 아니였다! 마치 엉킨 실타래를 한올 한올 풀 듯이 애를 써봤지만 휴~

갑자기 웃음이 난다! 엉킨머리를 풀다보니 가운데가 마치 우물모양처럼 움푹파이고 열린부분이 눅눅하게 젖어있

다.

아! 그렇구나! 그동안 이 머리가 바짝 말려질 겨를이 없어서 온갖 냄새를 유발하고 우리 집안 환경을 오염시켰구

나!

그녀도 뻥 뚫린 느낌인지 검지와 중지로 우물 안을 벅벅 긁어서 머리를 감는다.

그 때 머리를 감은 흙탕물 같은 물 색깔은 다시 한 번 우리를 놀래켰다.

시원하죠? 그저 고개를 끄떡, 끄떡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운데가 아니라 우물을 둘러싼 벽이다!

다른 방법을 찾자! 그래 가위가 필요해!

우리는 다시 도전을 한다. 먼저, 가위를 이용해서 우물 벽을 여러 번 가위집을 내고 벌려진 부분에 끝을 자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살살 풀어준다!

드디어 부드러운 머릿결이 만져진다.

우와! 우리가 해냈다! 이때에 이 감격을 우리는 말한다! 인간승리라고!

2시간 뒤 그녀가 변했다.

짧은 머리에 멋진 파마를 하고 부끄러운 듯이 웃어 보이는 모습을 보며

이제 우리집은 냄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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