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은 그 동안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사람을 안았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얼싸 안았고, 너무 가슴이 아파 함께 눈물 흘리며 안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해 보다도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 한 해 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쉼터를 운영한 지 10개월, 어떻게든 살아나갈 방도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5000원에서 수십만원까지 정성스러이 돈도 모아 주시고, 항상 기억하면서 먹을 것부터 입을 것까지 나눠주시기
도 하고, 시간 나실 때마다 쉼터에 들러서 식구들을 격려하고 함께 염려해주셨던 분들!!
함께 하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마음이 풍성한 한 해 였습니다.
특히 쉼터를 위한 작은음악회는 제게 꿈을 갖게 했습니다.
한 집에서 각자 방을 쓰면서도, 가끔 다툼이 일고..., 어쨌든 누군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작은 집에서 30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쉼터인지라 매일매일 다툼이 없는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한 방에 두 명 정도가 함께 생활하는 그런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 내딛었습니다. 작은음악회를 통해서 3년을 목표로 적금을 들었습니다.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작은 마음을 모아서 큰 집을 짓는 첫 발을 뗐습니다.
새로이 다가 온 2005년도는 참 기대가 많습니다.
그동안 쉼터가 좁아서 같이 살고 싶어도 살 수 없었던, 응급하게 하룻밤 지샐 곳이 필요한 여성들, 받아주는 쉼터
가 없어서 남성들로부터의 온갖 위협을 감수하며 거리에 머물러야 했던 여성노숙인을 위한 이용시설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쉼터 생활이 안정되면서, 가족을 찾아서 재결합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찾고, 건강을 회복한 가족들이 하
나 둘, 크고 작은 목표들을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5년 새 해는,
그동안 꿈을 갖지 못했던 식구들과 함께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 한 발 내딛는 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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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5년 송년회에서는 한 발 내딛었던 그 감격을 나누고 싶습니다.
열린여성센터를 곁에서 봐주시고, 또 안아주시고, 함께 하셨던 모든 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꿈을 갖는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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